2014년 1월 21일 화요일

나와 가까웠던, 동년배의 죽음

오늘, 뜻밖에도, 페이스북을 보며 낄낄거리다가 군대선임이었던 아는 형이 나의 맞후임이었던 친구에게 글을 올린 걸 봤다. 잘 지내냐 보고싶다 사랑한다라는 내용이었는데 이미 무슨 뜻인지 알았지만 친구의 이름을 클릭하고 들어간 페이지에서 몇몇 안부를 묻는 글들을 봤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쓰고있는 와중에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일주일밖에 차이가 안나는 후임(달이 바뀌는 바람에 동갑인 나를 2년 내내 선임으로 대했던)이라 2년을 매일같이 본 친구다. 그냥 딱 보면 선한 느낌이 나는 친구라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고 선후임, 그리고 미군과의 관계도 다 좋았다.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구석이 있어 같이 있으면 짜증나지 않고 편하게 얘기나눌 수 있는 상대였다. 부서 운이 있는 녀석은 아니어서 전역할 때까지 일이 많다고 투덜대던 게 기억난다. 일일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몇백끼의 식사를 함께 했고 말도 안될 만큼 수다를 떨어댔으며 내 짜증을 받아주기도 한 친구다. 시간이라는 진통제 덕분에 지나고 나서는 굉장히 그립고 즐거웠던 군대시절을 함께 한 사람이다. 또 뒷정리를 다하고 coiner gate를 나섰는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다시 들어가야 해서 방금 전역한 나를 다시 에스코트해서 바래다주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해준 것이 별로 없는데 그에 비해 받은 것은 많다.

전역을 2010년 4월 13일에 했으니 그 친구는 20일에 했을거다. 제대하고나서 채 4년이 안되었던 거다. 제대하고 나서도 은근히 사람만나기 좋아하는 녀석이라 한 4번정도 만났다. 다른 친구들도 있었는데 부대앞에서 보기도하고 걔네 학교앞에서 만나서 전이랑 막걸리를 먹었던게 기억난다. 그 날은 그렇게 먹다가 왠지 평화의 전당인가? 거기서 가수들이 나온다길래 터벅터벅 같이 걸어가서 김장훈을 봤지. 상태가 안 좋았는지 노래가 참 별로였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살다가 언젠가부터 페북에 아프다는 글이 올라오더니 전화가 와서 병문안을 오라는거다. 그렇게 해서 친한 후임이던 대우놈이랑 서울대학교 병원에 다리에 붕대를 칭칭 감은 녀석을 만나러 갔다. 육종이라고 하던데 정말 다행히도 엄청 큰 수술이었지만 잘 끝났다고. 그래서 난 괜히 별거 아니라는 투로 살았으니 됐네 식으로 얘기를 하다가 말 그대로 다 잘 된다음의 일이었으니까 당연히 앞으로도 계속 만나게 될 줄 알고 쿨하게 병원을 나왔다.

예상치도 못한 일을 친구가 당했으니 놀라고 당황하긴 했어도 해피엔딩이니. 병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1년정도는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겠지, 신기한 일이긴 하다. 뭐 이딴 식으로 생각했었다.

이후로는 나 살고 놀기 바빠서 가끔 생각이 날때마다 전화를 했는데 통화가 되지 않길래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다 오늘 갑자기 알게 된 거다. 그 친구를 더는 볼 수 없다는 걸. 아마 그 육종이라는 망할 것이 재발했던 거 같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거의 나아간다고 했었던 걸 보면 그건 사실이었던 거 같은데...

이상하게 그 친구를 떠올리면 그 친구 방에서 선임이었던 채플선호랑 국대축구경기를 본 기억이 난다. 그날따라 내 입담이 터져서 겁나 병맛으로 중계를 해주고 있었는데 그 둘이 끊임없이 웃어서 나는 무지 보람차게 경기를 중계했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1년이 넘는 기간동안 몸에 이상을 느끼고 검사를 받으러 다니고 큰 병인 걸 알게 됐을 때는 좋은 의사를 찾아다니고 큰 수술을 받고 회복을 하고 다시 재발하고 그 순간순간 느꼈을 공포의 감정들이 상상이 안된다. 조금이나마 힘이 되줄껄. 아직 너무 어린데 얼마나 두려웠을까.

동선아 너 진짜 죽은 거냐. 이상하게 나는 믿기지가 않아. 나는 아직 너무 어린가봐. 거기선 널 해쳤던 거지같은 병에서 벗어났겠지? 여기보다 행복하겠지?

왜 사는 걸까 동선아. 사람은 진짜 왜 사는 걸까? 나는 정말 알 수 가 없다.

보고싶다. 인간이 우스운 게, 더이상 볼 수 없게 된 그 순간 정말 보고싶어져. 조만간 한번 찾아갈께. 짧은 생이었지만 용산에서 내 후임이 되어주고 내 친구가 되어주고 날 위해 해줬던 그 모든 것들에 고맙고 또 고맙다. 편히 잠들기를 빈다. 다음 생이라는 게 있다면 그 때는 좀 오래 알고 지내자. 안녕.

댓글 없음:

댓글 쓰기